마감 시간을 정하는 문제는 매번 참 어렵다. “이번 접수 마감은 9월 18일까지로 설정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으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영업 시간 종료까지일까, 자정까지일까? 마감 시각은 언제인지 바로 되묻는다. 되묻고 나면, 몇몇 반응을 본다. 그제서야 생각을 시작하는 사람, 자정까지라고 하는 사람, 업무 종료 시각까지라고 하는 사람, 독특하게 정오나 특정 시각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책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이니, 무엇을 고르던지 사유만 명확하면 된다.
문제는 “자정”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보통 분기점에서 생긴다. 특히 “자정”이라고 말하는 경우다. 9월 18일 자정에 마감이라고 하면, 이건 정확한 시각으로 언제를 뜻하는 걸까. 00시 00분이라는 시작점일까 24시00분이라 부르는 끝점일까? 정오는 속편하게 딱 한 지점을 찍는데, 왜 자정은 두 지점을 찍게 됐을까?
맥락으로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을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사람도 있다. 맥락이란 것도 이미 서로 해석이 다를지언데, 이게 정확히 설명이 가능한 영역일까?
찾아보면, 자정의 어원과 1978년 판례 이야기(78도2208)가 서로 대립중이란 걸 알게 된다. 국립국어원 질문 게시판 글도 하나 나오지만, 동문서답이 달려있다. 즉, “자정”이란 단어는 사용과 동시에 서로 피곤해진단 결론을 향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자정까지를 24시 00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특별히 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겪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칼같이 23시 59분이라고 딱 잘라주는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당연한 일터에서 지냈다.
9월 18일까지라길래 23시 59분인줄?
나는 유독으로 OTT를 구독한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할인받아 쓰기 위함이다. 그동안은 자동 결제가 계속 이어지기만 하니까. 특별히 기준 시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전이든 이후든 어차피 양쪽 영역 모두 자동 결제로 인해 유료 혜택을 받기는 매 한가지였다.

하필, 딱 이 상품은 1년 약정이라는 계약 기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계약 연장은 해지 예정일 이전에 설정을 해야만 그대로 연결해서 다시 새 약정을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미리 해지 예정일을 확인했었기에, 구글 캘린더에는 9월 18일에 새 약정을 눌러야 한다고 기록까지 했었다. 9월 18일 한낮 시간대에 넣어놨었는데…
9월 17일 밤 10시쯤, 넷플릭스에서 자동결제가 발생했다는 알림이 왔다. 이상했다. 나는 유독으로 결제가 나가야하는데 왜 넷플릭스에서 결제가 바로 된걸까? 당장은 급하지 않으니, 일단 넷플릭스에 로그인해서 바로 결제 취소를 눌렀다. 유독을 쓰기 전부터 넷플릭스에서 직접 결제해서 쓰던 카드 정보가 있었기에, 구독 상태 유지를 위해 시스템에서 제휴사 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니 내 카드를 바로 썼던 것으로 보였다. 유독에서는 18일까지라 나오는데 넷플릭스는 왜 17일에 결제를 했던걸까? 결제가 되더라도 18일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서로 뭔가 서비스 로직이 다른 가보다 하고 유독으로 접속 페이지를 이동했다. 유독에서는 여전히 해지 예정일은 9월 18일이라 돼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저기 계속 클릭하면서 둘러보던 중, “갱신일 전날에는 옵션 변경 신청/취소가 불가합니다.”라는 안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해지 예정일: 26년 9월 18일 00시“가 적혀있었다. 해지 취소 버튼을 누르면 “22시 이후에는 해지 취소 예약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라는 팝업 메시지가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9월 18일 00시가 넘었다.
유튜브에서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넷플릭스에서 급하게 뭔가 봐야할 일이 있진 않아서, 낮이 되면 다시 하나하나 찾아본 후에 가입하기로 하고 화면을 닫았다. 이것저것 펼쳐 놓은 작업을 마무리하고, 누워서 잠시 유튜브를 켰는데 광고가 나왔다. 참 오랫동안 안 보던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니, 정말 어색했다. 그런데 막상 하나 둘 셋 광고를 보다보니, 또 볼만하다 싶었다. 잠결에 봐서 그랬던걸까?
자고 일어나서 씻는데, 유튜브 뮤직이 안 되는 걸 보면서 확실히 결심했다. 나 이거 오늘 안에 해결 아니 결제하리라.
누구를 탓하랴, 나를 탓해야지
뭐가 됐든, 9월 18일 00시까지라는 안내까지 정확히 안 찾아봤던 내 탓일테다. 혹은 다른 욕심이 생겨서 미리 해지 예약을 했던 탓도 있을테다. 뭐든 그냥 사용자 과실이다. 다만, 9월 18일까지를 00시까지인지 24시까지인지 더 쉽고 명확히 보여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9월 18일까지 과제 제출하세요”라고 하면, 보통 그날을 포함한 상태로 떠올린다. 아니, 나는 그랬었다. 만약 그 앞까지 마감이라 한다면, “9월 18일 이전까지 과제 제출하세요”라고 할 테니.

유독 결제를 했다. 다시 결제한 화면엔 또 다시 “9월 18일까지”라고 나온다.
2027년 9월 1일에 다시 일정을 등록했다
어차피 완벽한 상태를 확인하려면, 내년 9월이 돼야 한다. 지금은 오후 2시에 결제했다는 이유로, “갱신 예정일 : 26년 10월 18일 14시”라고 14시가 딱 박혀있다. 과연 2027년 9월 18일엔 저 자리에 뭐라고 떠 있을까?
다른 이야기
그것도 참 신기하긴 하다. 최초 이 약정 상품을 내가 칼같이 00시 00분에 결제하진 않았을텐데, 왜 00시가 된 걸까? 2024년 9월 18일에 가입 시작했을 땐, 청구서가 와서 최초 결제가 발생한 날짜는 2024년 10월 11일이었다. 2025년에 자동 재약정이 발동했을 때 00시에 크론이 돌았고, 그러면서 00시를 기준으로 잡았던걸까?

거기다 이번엔 가입하자마자 바로 결제가 됐다. 그 사이 결제 기준일이나 산정 방식이 바뀌었나. 분명히 이번달 9월 9일에 9월 청구서에 맞춘 금액이 빠져나갔다. 2024년 9월 18일에 최초 가입했을 땐, 첫 출금이 10월 11일에 발생했다. 그로 인해 후불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사이 선불제로 바뀐건가? 궁금해하지 말까… 괜히 하나 둘 걸리기 시작하니 자꾸 계속 뜯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