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할당량이 아깝다는 강박을 벗어나기

AI 서비스를 쓰다보면, 할당량이 모자르고 없을 땐, 한 없이 초라해지고 갈망하게 된다. 그나마 5시간 제한 시간 이후에 다시 쓸 수 있는 조건일 땐,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으로 시간을 기다린다. 문제는 7일이나 한 달 제한을 기다리기까지 며칠 이상 기다려야 할 때 생긴다. 그렇다고 요금제를 더 위로 올리고 싶진 않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도 에이전트 방식이 아니라 채팅 방식으로 쓸 땐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쓸 수 있는 AI 서비스도 있다. 특별히 꼭 에이전트를 써야하는 상황이 아닐 땐, 우회책으로라도 쓸 만 하다. 꼭 급하게 써야만 하는 상황일 땐 별 수 없다. 추가 크레딧을 결제하거나 요금제를 상향해야 한다. 계정 자체를 더 구매해서 확보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즉, 없을 땐 어떻게든 커버할 방법이 있다. 기다리든 돈을 더 쓰든 뭐든 선택지가 있다.

없을 때 겪는 불안감 탓일까? 거꾸로 반대 상황에서도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할당량이 남았다

SNS에는 늘 할당량이 모자르단 이야기만 돈다. 에이전트를 수십개 돌린다는 이야기부터, 최신 모델을 썼더니 몇 번 쓰지도 않았는데 바닥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참, 궁금하다. 그들은 대체 뭘 그리 쉬지 않고 돌리는걸까?

급하게 몰려서 ChatGPT Work를 쓸 시기가 아니면, 보통 이렇게 남는다.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선 쭉쭉 소모하지만, 도구를 완성하고 나면 토큰을 소모하지 않다. 내가 만들었던 도구는 주로 AI를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으로 끝난다. 그래서 그 도구를 쓰는 과정 자체에선 AI 토큰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 사용 패턴상으론, 내가 도구를 무한히 생성해야만 계속 할당량을 소모한단 의미가 된다.

사용 한도가 한참 남아있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다. 괜히 결제한 금액을 버리는 느낌도 들고,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면서 써야한다는 강박관념도 강하게 들었다. 하물며, 지금 내가 가용하는 AI 서비스는 ChatGPT, Gemini, Github Copilot이 있고, 다시 또 그 안에서 세부적인 사용량이 흩어져 있다. 그나마 ChatGPT나 Github Copilot은 통합 할당량이나 크레딧만 바라보면 되지만, Gemini는 안티그래비티 할당량과 제미나이 할당량이 서로 독립적이다. 제한 시간 안에 이걸 다 쓰지 않으면 무능한 사람이 되는걸까?

넷플릭스 결제했다고 24시간 틀어놓지 않는다

단순히 한 달 정액제 상품이라고만 본다면 OTT도 비슷한 맥락 선상에 있다. 정말 24시간 틀어두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 이용자는 아니지 않을까?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내가 보고 싶은 순간에 볼 수 있으면 된다. 차량을 렌트했다고 렌트한 모든 시간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 쓰는 순간에 정확히 내가 쓰도록 할당돼 있는 상태를 준비한 것이다.

서비스 이용료란 그런게 아닐까?

그래도 종량제보단 정액제를 쓴다

AI 서비스가 계속 모델을 업그레이드한다. 기능도 추가되고, 활용 가능 범위도 늘어난다. 도무지 개인 사용량을 어렴풋하게라도 범위내에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종량제는 내가 사용한 만큼 지불하므로, 지불 금액을 감당하거나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개인별 사용량과 조직 전체 사용량을 합산하므로, 추산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너무 혼자 사용량이 튀는 조직원은 별도 관리를 하거나, 별도 요금제를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여럿일 땐 사용량을 추산할 수 있다. 개인은 그 추산이 쉽지 않다.

사용량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량 분포가 시간 전체에 균등 배분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래서 정액제만이 가장 싸게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선택지다. 어쩌면 종량제는 정액제를 다 쓴 후 초과한 부분을 쓰기 위한 급행료라 보는 게 더 맞을까? 마침 OpenAI와 구글은 ChatGPT와 안티그래비티 정액제에 추가 사용을 위한 AI 크레딧 구매 기능이 들어있다. 정액제에 종량제가 복합 동작하는 방식이다.

결국 필요한 건 싸고 편하게 쓰는 방법

모자른 토큰에 압박 받는 것으로도 스트레스는 충분한 것 같다. 남은 것에 소모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게임 속 일일 퀘스트처럼 숙제가 되면, 결국 난 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게임 속 캐릭터가 될 뿐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게임이라는 틀 밖으로 나갈 순 없다. 한계를 미리 단정하기 보다는, 내 세상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