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바리스타 캡슐을 맨 처음 사면, 웰컴킷으로 캡슐 8종을 같이 준다. 지금 내가 나눠놓은 기본 블렌드 6종은 웰컴킷과는 다른 구성으로 선별했다. 나는 웰컴킷을 받지도 못했기에, 웰컴킷의 캡슐 구성을 따로 찾아봐야만 알 수 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웰컴킷에는 아이스용과 디카페인이 섞여있고, 나는 순수하게 일반 블렌드만 모아봤다.

카누 브라이트 가든
- 제조사 노트: 시트러스의 가벼운 산미와 실키한 부드러움의 신선한 만남. 에티오피아, 케냐. 강도 4.
- 로스팅 2/7 바디 2/5 산미 3.5/5.
- Citrus, Bright acidity, Silky
핑크핑크 캡슐이다. 지금은 아이스용 캡슐 라이블리 브리즈가 새로 나오면서, 강도가 제일 약한 2가지중 하나가 됐다. 처음에는 브라이트 가든만 강도가 제일 낮은 캡슐이었다. 뭔가 벚꽃이 생각나는 디자인 컬러이기도 해서, 지향점을 밟고 가볍게 잡았겠다 싶었다. 요즘엔 ‘티 라이크’라는 말도 쓰던데, 그 정도까진 아니다. 아무리 강도가 약해도 일단 커피는 커피라는 확실한 맛을 가지고는 있었다.
- 묘인봉 노트: 추천
- 따아: 부드러운 쓴 맛, 부드러운 산미. 부드럽다고 할만큼 뭔가 혀가 미끌거릴 정도로 가벼움이 있고, 산미도 엄청 쎼다고 할 수준은 아님.
- 아아: 무난. 부담없는 맛. 가수 비율을 조절하지 않으면 살짝 맛이 연하다는 느낌이 남.
카누 멜로우 윈드
- 제조사 노트: 밀크 초콜릿과 크리미한 과일향의 달콤한 하모니. 과테말라, 콜롬비아. 강도 7.
- 로스팅 3.5/7 바디 3.5/7 산미 3/5.
- Fruity, Milk chocolate, Creamy
찐노란색 캡슐이다. 노란 맛이라고 하니 아예 머릿속이 멍해졌다.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 가서. 커피는 역시 부딛혀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가.
- 묘인봉 노트: 중립
- 따아: 브라이트 가든보다 쓴 맛은 쎄고, 향미는 약함. 끝맛에 쌉쌀함이 남음.
- 아아: 밀크 초콜릿이 아니라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는 게 좀 더 어울릴 것 같음. 물을 더 타서 연하게 하면 밀크 초콜릿이 되려나. 쓴 맛에 산미가 묻혀 있어서, 브라이트 가든보단 확실히 무거운 맛.
카누 젠틀 스카이
- 제조사 노트: 리치한 캐러멜과 고소한 견과류.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강도 9.
- 로스팅 4/7 바디 4.5/5 산미 2/5.
- Nutty, caramel, Balanced.
청량한 하늘색 캡슐이다. 어떤 하늘을 떠올리면 될까 했는데, 여기서 말한 하늘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 아니라, 그냥 밤하늘이었다. 맛이 밝지 않아.
- 묘인봉 노트: 중립
- 따아: 세레니티문(디카페인)과 케어링 스타(디카페인)의 중간 느낌. 고소와 구수의 중간 맛.
- 아아: 진한 견과류 탄향이 섞인 맛. 일반적인 맛. 산미 없음.
카누 프라우드 오션
- 제조사 노트: 구운 아몬드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풍미.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강도 11.
- 로스팅 5/7 바디 4/5 산미 1.5/5.
- Chocolate, Roasted-almond, Velvety
파란색만 보고서, 아이스 전용인줄 착각할 뻔 했다. 확실히 맛이 진하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를 안 좋아하는 이에게 권해보고 싶은 비슷하면서 다른 면모가 있다.
- 묘인봉 노트: 따아 비추
- 따아: 수마트라랑 비슷함. 그래도 구수한 흙향임.
- 아아: 제조사 노트에 있는 초콜릿, 구운 아몬트, 벨베티가 아아에서 제대로 나옴. 그냥 이것도 아이스용으로 출시했었어도 됐을 거 같은데.
카누 딥 포레스트
- 제조사 노트: 진한 초콜릿의 스모키 향미.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강도 13.
- 로스팅 6/7 바디 4/5 산미 1/5.
- Smoky. Dark chocolate. Full body.
깊은 숲속을 떠올리면 될까? 왜 깊은 숲속은 어둡고 진한 녹색인걸까? 본격적으로 카누 바리스타에서 가장 쎈 강도 13이다. 다행인건 강도 13인게 이것만이 아니라는거다. 새로 나온 아이스용까지 합치면 강도 13이 총 3종류니까. 그런데 그 셋이 확실히 서로 다른 맛을 낸다.
- 묘인봉 노트: 비추
- 따아: 떫은 녹차 느낌이 함유된 진한 쓴 맛. 그래도 태운 녹차잎향이 아니라 다행인가?
- 아아: 쓴맛이 확실함. 누가봐도 강강배전임. 스벅과 비슷한 느낌도 나고. 떫은 녹차 느낌이 약해졌음.
카누 이터널 마운틴
- 제조사 노트: 풍부하고 진한 초콜릿향. 콜롬비아, 케냐. 강도 13.
- 로스팅 6/7 바디 4.5/5 산미 1.5/5.
- Dark chocolate, Rich, Full body
이 산은 어떤 산인가. 프로메테우스가 까마귀한테 간을 뜯겨먹히고 돌을 지고 올라가는 산인가? 청정 자연림인가. 영원의 산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 묘인봉 노트: 비추
- 따아: 강강배전 맞음. 쓴 맛만 강조됨. 로부스터보다 더 쎈 듯. 가수 없이 에스프레소로만 먹었을 때, 살짝 초콜릿향이 올라옴.
- 아아: 아이스라고 바뀌는 맛과 향이 없음. 뜨거우나 차가우나 일률적인 맛.
강도가 쎌 수록 쉽지 않더이다
물을 더 타서 연하게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싶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연하게만 먹으면 향이 너무 죽어버린다. 물과 섞은 비율에도 적정 허용 상한선은 분명 있지 않을까. 어디선가 그런 통계표를 본 것 같다. 한국인은 강배전과 강강배전을 좋아하고, 거기서 확실히 커피 매출이 나온다고. 나는 거기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인가.
기준값으로 정했던 카누 인스턴트 마일드 로스트가 어쩌면 더 낫지 않은가 싶은 맛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난 포인트는 먹다보니 적응되는 맛들이었다. 캡슐 한 팩은 10개니, 어떻게든 10잔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10번째 잔을 먹을 땐, 이상하게 적응이 완료되서 커피 노트를 바꿔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적응해야만 먹을 수 있는 캡슐보단, 첫 맛부터 호감이 생기는 커피를 먹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