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테마, 플러그인을 모두 AI로 대체할 수 있을까

AI 만능설과 AI 무적주의가 여기저기 난무하고 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워드프레스 종말이 왔다는 둥, 플러그인 유료 수익을 더 이상 낼 수 없어서 다 없어질 것이라는 둥, 온갖 썰이 난무한다. 워드프레스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돈다.

워드프레스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워드프레스 내부 요소가 없어지는 것,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생태계 변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AI가 어디를 대체할 수 있고, 얼만큼 대체할 수 있을까?

적당히 웹페이지 모양만 만드는 AI

정말 아무런 기본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헛바람을 넣으면서 클로드 코드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강의를 판 사례를 직접 옆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수강생이 모두 웃으며 자기가 만든 페이지를 보라면서 링크를 슬랙에서 서로 공유하는데, 오가는 주소에 localhost, 127.0.0.1이 난무한다. 처음엔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장난치는 줄 알았다. SNS에서도 로컬호스트 주소를 올리는 개그가 난무한다. 난 그게 드립이고 개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었다니.

이걸 해결하려면, 남에게 주소를 공유하기 위해 부족한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에겐 그걸 빠른 경로로 해결하기 위한 메타인지가 부족하다. 그 이후로 실제 서비스 페이지를 올려서 도메인까지 붙여본 이들이 몇이나 되는진 알 수 없지만, 거의 없지 않을까?

예시로 만든 페이지를 보면, 특정 주제를 기준으로 뉴스나 정보성 콘텐츠를 수집해서 링크를 모아둔 페이지다. 자동으로 계속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면, 노션이나 메모장에 링크를 모아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그냥 껍데기 배경색이 다르고, 폰트가 다른 정도다. 사실 클로드가 CSS만 만든 셈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들은 쉽게 말한다. 이제 워드프레스 같은 프레임워크를 쓰지 않아도 쉽게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그들이 서비스 페이지까지 올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메인을 구매해야 하고, 최소한의 서버도 구비해야 한다. 그 허들은 정말 높다. 도메인과 서버를 아무리 싸게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돈 자체를 클로드가 직접 벌어오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워드프레스를 밑바닥에 깔아두고, 그 안에서 띄우는 페이지 만드는 방식으로 AI를 썼다면 어땠을까? 워드프레스가 밑바닥에 깔려있는 이상, 도메인이나 서버 문제부터 해결하고 시작해야 한다. 도메인과 서버를 먼저 해소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메타인지를 쌓으면서 올라올 수 있다.

이 과정으로 보자면, 간단한 웹페이지는 어떻게든 워드프레스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단순 정적 웹페이지로 인해 워드프레스가 대체되는 건 딱히 워드프레스 생태계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워드프레스는 CMS라서 매력이 있고 의미가 있는 프레임워크다. 정적 웹페이지는 CMS가 필요 없다. 사실상 여태 단순 정적 웹페이지를 워드프레스로 만든 자체가 오버 스펙이었다.

AI가 대체하는 것은 워드프레스가 아니라, 원래 워드프레스가 과잉이었던 영역일 수도 있다.

새로 만드느냐, 여태 운영한 세월과 마주해야 하냐

새로 만드는 건 어떤 선택을 하든 영향이 적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사이트라면, 적절한 목적에 맞춰서 처음부터 AI한테 맡기면서 만들면 깔끔할 수 있다. 테마든 플러그인이든 새로 만들기 때문에, 선택지도 자유롭고 언제든 뒤집어도 영향 받을 요소가 적다. AI에게 워드프레스에 추가할 기능을 물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직접 구현하는 코드보다 이미 존재하는 플러그인을 추천하는 답변이 더 많이 나온다. AI는 기존 생태계를 모두 갈아엎기보다, 기존 플러그인을 먼저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만 새로 만드는 방향을 더 자주 제안한다. 오히려 플러그인을 없애기보다 플러그인을 만드는 문턱을 낮추는 쪽에 가깝다.

이미 있는 플러그인 기능이라면 사실 직접 만든 코드를 넣느니, 기존 플러그인을 쓰는 것이 안정적이다. 보안도 그렇고, 서버 부하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새로 바닥부터 만든 플러그인을 QA 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기존 플러그인을 따라가겠는가.

운영한 세월이 오래된 사이트가 문제다

문제는 이미 운영한 세월이 오래된 사이트다. 안에 추가된 콘텐츠나 기능은 이미 설치된 플러그인의 양과 비례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무것도 없는 맹탕 사이트를 맨바닥에서 시작해도 테마 1개와 플러그인 5~6개는 예사로 설치된다. 조금만 욕심을 내면, 어느덧 플러그인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현상을 겪는다.

최소 설치해놨는데도 6건 활성화돼 있다.

AI는 여기서 어느 부분을 대체할까? 유료 플러그인을 모두 대체해서 새 코드를 만들어서 무료 사용 형태로 바꿀 것인가? 100% 만족하지 못해, 더 넣어야 할 기능이 있는 플러그인을 새로 만들 것인가? 워드프레스 프레임워크를 다 뜯어서 다른 걸로 바꿀 것인가? AI는 무슨 답변을 줄까? 불가능은 어디 있겠는가. 그냥 AI로 갈아끼우기엔 너무 감당 범위가 넓을 뿐이. 테스트 범위도 너무 넓다. 정말 아무 일도 안 생길 것인지 보장을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AI에 맡긴 자신이 모두 감당해야 할 몫이다.

AI와 무관하게 버려지고 죽어가는 플러그인

AI가 나와서 가속화됐을 순 있다. 하지만 애초에 AI와 무관하게 버려지고 죽어가는 플러그인이 많았다. 워드프레스 생태계 특성상 최초에는 개인의 필요나 커뮤니티 지원에 힘입어 시작한 플러그인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컨트리뷰터에게 잊혀지거나 기능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메인테이너가 계속 워드프레스 코어 버전업에 맞춰서 호환성 테스트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조차 해주지 않고 폐기되는 플러그인이 상당히 많다.

내가 관리하는 사이트에는 보통 워드펜스가 설치돼있다. 워드펜스는 주기적으로 내부에 설치된 플러그인의 폐기 여부를 점검해준다. 가끔 폐기된 것으로 뜨는 플러그인에 들어가보면, 분명 여전히 사용중인 사용자는 있다. 사용자의 이슈 리포트나 PR과 별개로, 메인테이너가 방치한 케이스가 10중 8, 9다. AI로 이걸 하드포크 떠서 새로 만들까싶다가도, 혹시나 원래 메인테이너가 되돌아오면 괜히 브랜치만 엉키는 것이 귀찮고 싫어서 마음을 금세 접는다.

AI가 만들든 아니든, 나에게 모든 주체가 돌아온다는 자체는 관리 영역 확대를 의미한다. 워드프레스 코어 버전업마다 최대한 다 대응해야 하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도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 서버 부하를 유발하는 코드가 끼어있다면 이것도 조절해야 한다. 이미 누군가가 다 해결해놨고, 앞으로도 해결할 문제를 굳이 내가 AI를 투입하면서까지 턴키를 나에게 넘길 필요가 있을까.

기능성 동작만이 플러그인의 전부가 아니다

당장 워드펜스가 그렇다. 플러그인은 내 서버 내부에서 기능성 동작만 하지 않는다. 본인들의 서버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보안 취약점 데이터나 악성 IP 주소를 업데이트한다. 이건 개인이 하나하나 대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API로 다른 서비스와 통신을 주고받는 게이트웨이나 CDN 등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사용자 기준 시나리오에만 집중해서 설치한 플러그인이기 때문에, 정확히 플러그인 자체가 어디를 통해서 어떤 데이터를 받아오는지 파악을 면밀히 하지 않은 채 사용한다.

AI가 이런 영역 모두를 커버할 순 있다. 다만, 내 토큰 소모량이 점점 늘어날테고, 관리 영역도 비례해서 같이 늘어난다. 단순 기능 동작은 대체할 수 있겠지만, 그걸 넘어선 세상도 있다. AI가 대체할 순 있지만, 대체하는 순간 피곤해지는 만큼, 대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생태계 변화 과도기는 왔다

오히려 AI는 플러그인을 없애는 것보다, 플러그인을 더 쉽게 만드는 쪽에 가까울 수도 있다. 간단한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거나, 특정 사이트 전용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는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기존에는 플러그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직접 PHP를 작성해야 했다면, 이제는 AI와 함께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최소한 나는 AI로 워드프레스 테마와 플러그인 모두를 대체하진 않을 것 같다. 폐기된 플러그인으로 도저히 못버티는 순간이 오거나, 유료로 쓰기엔 부담스런 플러그인이 생길 때 AI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 큰 영향을 받고 있고, 생태계 자체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이제 과도기가 시작한 것인지, 이미 과도기 정점인지도 알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모두가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새로운 영역이 생길 수도 있다. 생태계 자체도 산업 생태계와 사용자 생태계가 서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워드프레스 자체는 여태 여러 챌린지를 겪어왔다. 그만큼 사용자가 넓다는 뜻이기도 하고, 세월도 오래 먹었단 뜻이기도 하다. 대체될 것이라는 경쟁 프레임워크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있고, 앞으로도 수명을 연장할 계기를 계속 찾을 것이다. 물론, 재단 내부에는 이런저런 잡음이 있지만, 단순히 다른 곳으로 한번에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지라도 마찬가지다. 노션이나 대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누가 쓰냐고 했으나, 여전히 기업 시장에선 살아 남았다. 워드프레스가 있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이들이 남아있는 한, 어떻게든 남아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