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노트] 이디야 홀빈커피: 페르소나 블렌드, 싱글 오리진, 미디움 에스프레소

지금은 이디야 공식 쇼핑몰에 등록된 이디야 홀빈커피가 6종 남았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검색했을 땐 몇 종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라인업 재정비를 한 걸까. 그 중에서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는 500g 패키지만 있어서 정말 지겹도록 먹었던 것 같다. 다시는 500g짜린 구하지 말자는 교훈도 얻었고, 분쇄도나 물 온도 등등이 얼만큼 많은 변화를 주는지도 확실하게 깨우친 계기를 준 원두였다.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

지인 회사에 놀러갔다가, 문득 지인의 불평을 들었다. 회사 탕비실 커피머신으로 먹는 아메리카노가 너무 맛이 없다고 해서, 무슨 원두를 쓰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찾다보니 나온 원두는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였다. 재고가 잔뜩 채워져있었고, 다른 원두를 먹으려면 한참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머신은 거의 10년쯤 된 작은 전자동 머신이었고, 특별히 작동에 문제는 없어보였다.

머신 모델명을 뒤지고 뒤져서, 매뉴얼을 찾았다. 1샷당 투입 원두 무게, 추출수 온도, 추출수양은 버튼을 조작해 히든 메뉴에서 조절할 수 있었고, 원두 분쇄도는 원두 보관통에 있는 레버를 조작하는 형식이었다. 사실 대부분 전자동 커피머신이 이 방식을 쓴다.

경우의 수대로 흩어서 하나씩 조절하기 시작했다. 일단 1샷당 투입 원두 무게는 설정 가능한 최대 무게로 올린 다음, 추출수 온도를 최대로 올렸을 때와 최저로 내렸을 때 맛을 비교했다. 둘 중 어디가 나은가. 선호도가 높은 쪽의 맛을 보니 이전 상태보다 확실히 더 진해졌고 산미가 좀 더 생겼고, 향이 쎄졌다. 그렇다면 기존의 뭔가 밍밍하고 쓰기만 한 상태에서 로스팅 특징점에 다가가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분쇄도를 최저 상태와 최고 상태로 다시 한잔씩 뽑았다. 여기선 분쇄도를 가장 가늘게 가는 쪽으로 선택했다. 이게 어디쯤 중간이면 입맞에 맞추도록 찾는 과정이 더 들었을텐데, 딱 끝점들을 선택하게 되니 은근 최적해에 빨리 다가설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는 가수량이었다. 머신에 있는 자동 가수 기능으로 뭔가 조절해보는데 계속 너무 연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그냥 에스프레소만 내리면 한잔 양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알게된 포인트는, 애초에 이 머신 자체가 소형 머신이고 구형이라 한번에 소화할 수 있는 원두양 자체가 10g 이하다보니 뭘해도 풍미를 올리면서 진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그냥 샷을 여러 번 뽑아야 했던 거다. 즉, 에스프레소로 세네번을 내려야 큰 종이컵을 채울 수 있는 양이 됐다. 머신이 애초에 175ml 용량 종이컵을 기준으로 제작된 것이라 봐야했다. 그런데 우린 거기에 400ml 용량 컵으로 먹으려 하니, 농도를 유지하려면 샷을 여러번 뽑는 수밖에… 이후로 지인은 아침마다 탕비실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6샷씩 내려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같은 원두로 만족할 맛을 찾아서 다행 아닌가.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그렇게 만난 원두였다. 참고로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의 제조사 노트는 ‘균형있는 밸런스와 화사한 꽃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핸드드립도 내리고, 콜드브루도 제조하고, 프렌치프레스로 내려보기도 하고, 그냥 로스팅 원두 자체 그대로 씹어먹어보기도 했다. 500g 패키지는 혼자 먹어서는 뭘 해도 바닥나지 않은 정말 많은 양이었다.

이디야 홀빈커피

문득 이디야에는 다른 홀빈은 뭐가 있는가 찾아보니, 200g 패키지로 구할 수 있는 원두는 싱글 오리진 4종과 블렌드 1종이 더 있었다. 이디야 미디움 에스프레소는 봉투 뒤를 보면 제조가 ‘(주)이디야’로 돼 있는데, 나머지 200g 패키지 홀빈은 ‘(주)이디야 드림팩토리’라 나와있었다. 찾아보니 드림팩토리는 자체공장이라고 하니, (주)이디야만 있는 경우는 OEM이거나 OEM이 섞여있는 상태인걸까?

아무튼 200g 패지지 5종을 찾았으니, 이제 긴 여정을 시작할 차례였다.

사진엔 없지만, 미디움 에스프레소라는 500g 단위팩 블렌드가 하나 더 있다.

이디야 홀빈커피 페르소나 블렌드

  • 제조사 노트: 다크 초콜렛, 카라멜, 견과류의 고소함 및 부드러운 바디감.
    • Dark Chocolate, Caramel, Nutty.

산미는 거의 없고 쓴맛, 단맛 그리고 구수한 맛이 있다.

  • 묘인봉 노트: 아아만 중립.
    • 따아: 산미없는 진한 맛. 1:8 정도 비율 레시피. 지켜야 함. 20g – 150ml. 따아는 비추.
    • 아아: 산미없는 진한 맛. 1:8 정도 비율 레시피. 지켜야 함. 20g – 150ml. 아아는 기본 맛.

이디야 홀빈커피 케냐 오리진

  • 제조사 노트: 묵직한 바디감과 오묘한 과일 향, 가볍지 않은 신맛이 특징
    • Ftuit, Winy, Sweet.
  • 묘인봉 노트: 중립
    • 산미 소량. 산미가 향으로 묻어나는 기분.
    • 20g – 뜸 50ml – 1차 추출 100ml. 2차 추출 50ml 한계. 가수는 총 300ml. 350ml은 오버 용량일수도 있음.
    • 가수 자체를 100ml 하기로.
    • 30g 레시피는 잘 안 맞춰짐.

이디야 홀빈커피 브라질 세하도

  • 제조사 노트: 고소한 너트류의 플레이버와 맛
    • Nutty, Smooth-Body, Walnut.
  • 묘인봉 노트: 중립.
    • 따아: 산미없는 고소한 맛. 1:8 정도 비율 레시피. 지켜야 함. 20g – 150ml. 원두 20g – 뜸 50ml – 1차 추출 100ml. 가수 100~150ml.
    • 아아: 산미없는 진한 맛. 1:8 정도 비율 레시피. 지켜야 함. 20g – 150ml. 아아는 기본 맛.
    • 페르소나 블렌드와 브라질 세하도를 1:1로 섞어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음. 30g – 뜸 70ml – 1차 추출 100ml, 2차 추출 50ml. 가수는 총 400ml까지.

이디야 홀빈커피 콜롬비아 슈프리모

  • 제조사 노트: 부드러운 바닐라와 아몬드의 고소함, 은은한 향미의 안정적인 밸런스.
    • Vanilla, Almond, Well-Balanced.
  • 묘인봉 노트: 중립
    • 산미가 향으로 묻어나는 기분. 20g – 뜸 50ml – 1차 추출 100ml 까진 ㅇㅋ. 2차 추출 의미없음.
    • 가수는 총 300ml. 350ml은 오버 용량일수도 있음. 가수 자체를 100ml 하기로.
    • 원두 20g. 뜸 99도 50ml, 1차 찬물 100ml, 2차 찬물 100ml, 3차 찬물 100ml. 얼음투입. 은근 좋음!

이디야 홀빈커피 에티오피아 리무

  • 제조사 노트: 최고의 고지대에서 자라 은은하고 선명한 플로럴한 향미와 케인 슈가의 달콤한 후미가 특징.
    • Floral, Cane Sugar, Sweet Aftertaste.

다양한 향이 있고 신맛보다는 쓴맛이 강하다.

  • 묘인봉 노트: 중립
    • 산미 소량. 확실히 산미가 있음이 느껴짐. 20g – 뜸 50ml – 1차 추출 100ml까진 ㅇㅋ. 2차 추출 의미 없음.

커피 시음 노트를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다

정작 이렇게 여러 종류를 줄기차게 돌아가며 먹는 만큼, 커피 노트 자체에 뭐라고 기록해야 좋을지 몰라서 허둥댔던 시기다. 어차피 내가 전문 시음가가 아닌 이상, 표현용으로 쓸 수 있는 단어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거기다 핸드드립도 아직 제대로 손에 익지 않아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디야 홀빈커피는 전자동 머신을 튜닝해서 커피 맛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시연할 계기도 얻게 했고, 굳이 봉투에 나온 레시피대로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용 심리도 얻게 했으니, 엄청난 경험 자산을 갖게 해줬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