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에서 쓰던 v3가 윈도우XP까지 별다른 의심 없이 그대로 따라왔다. 그리고 개인 기호와 성향에 따라 알약을 쓰다가, 어느 시점이었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윈도우7이었나, 8.1이었나, 10이었나... 그냥 추가 백신을 안 쓰기 시작했다.

혹자들은 금융권 프로그램이나 게임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면 같이 설치되는 백신을 쓰라고도 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계속 그 금융권 사이트에 접속해 두거나 클라이언트를 켜놓은 채 있어야 제대로 동작한다. 무엇보다도 그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특화 또는 강화돼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부터 그냥 안 썼다. 별도 백신을 설치하지 않았다.

V3가 없는 자유

알고 보니, 그땐 이미 윈도우 기본 디펜더가 동작 중이었다. 대략 찾아보면 나는 윈도우 디펜더라 부르는 MS 디펜더는 딱 그 시점부터 야금야금 몸집을 키웠고, 윈도우11을 쓰는 지금은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웹사이트 접속부터 프로그램 설치까지 모든 PC 이용 환경에서 불법을 행하지 않으면서, 저작권을 지키면서, 일부러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며, 공짜만을 쫓지 않는다면 사실상 95% 이상 MS 디펜더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나머지 5%는 어떡할 거냐고 묻는 이들에게 내가 해주는 말은,

"어차피 넌 그 5%가 노리는 가진 자 또는 권력자 상위 5%가 아니다"

내 의지를 넘어선 곳에는 여전히 V3

남의 공간, 제공받은 장비, 할당받은 네트워크는 내 의지를 넘어선 곳이다. 여전히 V3가 난무한다. 여기 깔려 있는 V3는 지울 때 비밀번호도 입력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따로 깔려있고, 그 에이전트를 건들면 건들기 위해 열어놓은 윈도우 탐색기나 작업 관리자 창 자체가 먼저 닫힌다.

처음에는 이런 V3는 기업용 V3만 그런가 했다. 대략 패키지 풀네임은 V3 Internet Security 9.0(기업용)이었다. 삭제를 시도하면 관리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뜨며, 그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삭제가 안 된다. 기업용이라서 당연히 그런가보다 싶었다. 기업의 보안을 지켜야 하니까.

그런데 이와 관련한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개인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삭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밀번호 입력까지 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삭제가 안 돼서 고객센터 문의를 남긴 사례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고객센터에서는 따로 언인스톨러를 제공해 주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걸 삭제하기 위한 언락 방법을 알려준다는 미끼로 다시 멀웨어가 판을 친다. 그나마 구글 검색 랭킹에서 이 멀웨어가 먼저 나오지 않도록 나름의 관리가 돼 있어서 다행일 순 있으나, 이런 상황에 빠진 이들은 구글링을 100페이지까지도 하지 않은가. 결국 빠진다.

뭐 V3 자체는 어쨌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 프로그램은 아니니까, 억지로 지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같이 사는 게 좋다. 혹자들은 V3가 돌아서 PC 속도가 느리다, 괜한 리소스를 먹는다고 한다. 어쩔 수 있는가. V3가 돌아도 느려지지 않는 더 좋은 PC를 회사가 제공하지 않는 한, 그렇게 갉아 먹히는 리소스는 그냥 회사가 부여한 정당한 느려짐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여러 공개 공간에 있는 공개 공유용 PC 역시 마찬가지...

문제는 라이선스 만료된 V3

문제는 라이선스가 남아있거나 무료로 사용하는 V3가 아니라, 라이선스가 만료됐음에도 지울 수 없는 V3다.

앞서 말했듯, V3가 없더라도 MS 디펜더로 기본 방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PC에 V3가 설치된 자체로 MS 디펜더 기능은 비활성화돼 동작하지 않는다. V3가 활성화돼 동작할 때 MS 디펜더가 비활성화되는 건 이해하지만, 그냥 V3가 설치됐다는 자체로 MS 디펜더가 동작하지 않는 건 누구의 전략이고 결정이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니면, 라이선스가 만료된 V3라면 삭제할 때 비밀번호를 묻지 말고 바로 삭제가 되게 해주던가... 어차피 기업이나 기관이 사서 쓰는 V3였다면, 갱신 비용을 내지 않아 생긴 피해에 대해서 안랩이 책임질 것이 있나? 라이선스 만료라서 동작 안 한다는 팝업 알림만 자꾸 뜨고...

관리자가 와서 비번을 주고 삭제하면 가장 깔끔할 일이다. 그런데 그 관리자도 비번을 모르거나, 그 비번을 아는 관리자가 퇴사했거나, 회사의 물적분할 또는 여러 사정에 따라 법인이 바뀌었거나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무수한 상황에 안랩은 어떻게 이들은 인증하고 대응하는 걸까.

영원히 지워지지도 않지만, 켤 수도 없는 V3.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말의 대부분, 가장 깔끔한 답은 윈도우 초기화뿐이란다. 그리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윈도우 초기화 이후 다시 이것저것 쌓아 올려야 하는 세팅과 소모하는 시간을 떠올려보면 참 뻘 짓이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선스가 만료됐고 사용자가 갱신하지 않는다면, 그냥 삭제할 수 있게 해줘야 더 안전한 거다. 안전을 위해 쓴 백신이 왜 더 위협하는 상황을 야기하는가.

관리자보다도 더 관리자인 존재

흔히 루트(root) 또는 관리자(Administrator)라는 존재는 시스템에서 최상위 관리자다. 이 관리자가 시스템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시스템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 문서 파일이 암호화돼 있어서 그 암호를 못 풀어 외계어로 보게 만들지언정, 일단 설치/조회/갱신/삭제는 돼야 한다.

라이선스가 만료된 V3 삭제를 시도해 보면, 시스템 내에서 관리자인 나보다 더 관리자인 V3를 마주친다. 나 지금 테라포밍 당한 건가. 내가 테라포밍 당했다고 하더라도, 나를 테라포밍한 그들의 라이선스가 만료됐으니, 철수를 해야지 왜 그들은 철수하지 않는가.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한 파워셸에서 `force`를 먹인 삭제 명령어도 거부당하고,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한 프로세스 종료 명령도 거부당한다. 에이전트와 클라이언트 몇 가지를 서비스에 동시에 띄워놓고 서로 얽히고 얽혀 놨으니 애초에 이들이 완전히 구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리 삭제를 감행해야만 그나마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대체 서로 어떻게 물려있는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AI의 도움을 받아 안전모드 부팅으로 간다

아무튼 "라이선스 만료된 V3를 갱신할 생각은 없고, MS 디펜더가 구동될 수 있게 V3를 지운다"를 목표로 설정한다. 목표를 잡았으니, 목표를 향해 달리자.

실험체 1번은 윈도우10

애초에 2026년 기준 윈도우10 자체를 안 쓰는 게 제일 좋겠지만, 어디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랴... 괜히 잘 있는 윈도우10을 11로 업그레이드하려 했다가 쓸데없는 개미지옥에 빠지느니, 이건 나중에 그냥 태생이 윈도우11로 된 장비를 사서 바꾸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좀 먹통 되고 망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실험체 1번은 윈도우10 노트북을 골랐다. 기본 구성 환경은 윈도우10과 윈도우11에서 거의 비슷할 터이니...

기본 작업은 내가 아는 지식 조각과 경험에 AI를 함유해서 최대한 스텝 바이 스텝 매뉴얼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스텝 바이 스텝 매뉴얼은 실험체 1번으로는 구성하기 어려웠다.

`msconfig`로 부팅을 '안전모드'로 바꾼다. 어떻게든 윈도우가 뜰 때 서비스나 프로세스를 최소한으로 구동시켜서 그 최소한의 구동 범위에 V3가 있지 않기를 바라며...

안전모드로 부팅해보니, 다행히 V3가 뜨진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서비스로 등록된 안랩 에이전트들은 라이선스가 만료돼 이미 중지 상태라 가동되지 않는 상태다. 만약 라이선스가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것들도 어떻게든 중지해야만 할 테다.

이제 관리자 모드로 커맨드 창이나 파워셸을 실행한다. 동시에 작업 관리자 창을 띄워놓는다. `explorer.exe` 또는 윈도우 탐색기'가 프로세스에 떠 있는 한 절대 꺼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파일이 있다. 얘를 죽여도 어떻게도 안 지워지는 녀석도 있다. 이름이 뭐였는지 생각은 잘 안 난다. V3l? 뭐였던 거 같은데...

그래서 일단 프로세스에 떠 있는 `explorer.exe`를 어떻게든 죽인다. 그러면 화면 하단의 탐색바가 사라지고 사실상 윈도우 메뉴를 누를 수 없게 된다. 이때를 대비해 미리 커맨드 창을 띄워놨지 않는가. 이제 커맨드 창과 친하게 놀면 된다.

프로그램 삭제를 위해 제거할 디렉터리의 뿌리는 크게 보면 대략 총 3곳이다. `Program Files`, `Program Files(x64)`, `%AppData%`. 이중 `%AppData%`가 제일 낯선 곳이다. 아무튼 이 3곳을 뒤져보면 'Ahnlab'이란 디렉터리가 안에 있다. 특히 `%AppData%`에는 `Roaming`, `Local`, `LocalLow`를 다 열어봐야 한다. 이제 지울 수 있는 것, 지워지는 것들은 최대한 지운다. Ahnlab을 지운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도 안 지워지는 녀석이 등장한다. 그게 V3l? 뭐였는데, 그 파일 1~2개만 남고 나머진 싹 다 지운다. 이제 다시 `msconfig`를 실행하고 안전모드 부팅을 비활성화해서 일반 부팅이 되게 한다.

그리고 물을 한 컵 떠온다. 두 눈을 감는다. 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재부팅에 문제가 없고, V3도 실행 안 되고, MS 디펜더가 딱 뜨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거 기도를 진심을 다해서 잘 해야 한다. 기도를 마쳤다. 재부팅.

다행이다. 기도한 대로 됐다. V3는 안 뜨고, MS 디펜더가 돌아간다. 됐다. 성공이다. 실험체 1번은 이렇게 목표 달성했다.

실험체 2번은 윈도우11

삭제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윈도우11로 영역을 확장해 본다. 이번엔 이왕 하면서 스텝 바이 스텝 매뉴얼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으로 시작했다. 매뉴얼을 써보잔 생각으로 `Win + R`키를 누르고 `msconfig`를 입력하고 안전모드 부팅을 체크하고, 재부팅한다. 매뉴얼 작성은 이까지로 끝났다. 안전모드 부팅 이후에 복붙도 못 하는 상황임에도 직접 커맨드 창에 타이핑 입력하는 커맨드를 남긴들, 무슨 응답이 거기에 뜰지 모르니 사실상 간단 매뉴얼을 남기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튼 나머지 작업은 실험체 1에서 했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재밌는 사실은 똑같이 V3l? 머시기 파일만 안 지워진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온 지구의 기운을 모아야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재부팅했다. 됐다! 실험체 2번도 됐다! 나름 성공 2번을 기반 삼아, 남아있는 나머지 노트북에서도 V3를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실행체 1번을 찾아 헤맨다.

실행체 1번은 윈도우11 그런데 대표님 노트북

자. 실행체 1번을 선정했다. 대표님 노트북이다. 2번 성공했으니 금방 잘 뚝딱 되리라 생각했다. 안전모드 부팅하고, 작업 관리자를 켜서 윈도우 탐색기를 죽이고, 뭐하고 뭐하고 지우고 지우고 으샤으샤... 3번째쯤 되니 이제는 헛발 차지 않고 최단 경로로 후다닥 뭔가 진행된다. 이거 생각보다 작업 하나하나가 빠르게 끝난다 싶었다.

재부팅에 앞서. 기도했어야 했다. 그래 이건 기도를 안 한 탓이다. 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빼먹은 게 있었던 게 아닐 것이다. 기도 탓이다. 최소한 묵념이라도 해야 했다. 희망을 안고 감행한 삭제 후 재부팅에서 블루스크린을 만났다. 아... 윈도우10 이후로 블루스크린은 거의 안 만났었는데,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이야... 하필 그것도 대표님 노트북에서...

심박이 올라간다. 갑자기 땀이 난다. 수 분간 이것저것 계속 눌러본다. 하지만 어차피 이 블루스크린에서는 오류코드만 바뀐다. `0xc000000e`랑 `0xc0000225` 오류코드만 바뀐다. 눌러볼 수 있는 키도 몇 개 없다. 전원키, ESC키, F1키, F8키, 엔터키다. 윈도우 블루스크린이 친절히 안내하는 키다. F1을 누르면 복구 환경을 입력할 수 있다고 한다. F8을 누르면 시작 설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ESC키를 누르면 UEFI 펌웨어 설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엔터키를 누르면 다시 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선택지가 4개로 보이는가? 어차피 결과는 1개다. 블루스크린.

대표님께 이실직고했다. 대표님이 밥이나 먹고 하라고, 오늘 강제 퇴근 시켜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와... 밥이 입으로 넘어간다.

윈도우11 복구(설치)용 USB와 AI

이때부턴 전적으로 AI를 믿어본다. 프롬프트에 나의 모든 상황과 진행 과정을 기록하고, 하고자 했던 목표, 그리고 지금 마주한 화면의 모든 텍스트를 한 개도 빠짐없이 전달한다. 입력하는 텍스트양(토큰양, 컨텍스트양)이 많아 보이는가? 아니다. 어차피 난 Nginx의 몇십 메가 로그 파일도 AI한테 던져주고 분석을 시키는 놈이다. 그런 로그 파일에 비하면 몇KB도 되지 않는 양이다. 사실 복구 USB를 만드는 것부터 AI에게 맡겼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진행률이 0%에서 한 30분을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길래... (이건 그냥 Media Creation Tool 자체를 관리자모드로 실행했더니 해결됐다.)

이제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딱 여기부터 정확히 다시 AI에게 상황을 전달한다.

자.. 일단 USB 만들었어.

지금 내가 수리해야 하는 노트북이 있어. 노트북 기종은 LG그램이고, 모델명은 OOOOOOOOOO이야.
V3를 지우려고 안전모드에서 안랩 어쩌구 파일만 지웠는데, 그 후에 다시 부팅하면서 블루스크린이 나오는 중이야.

0xc000000e 오류코드가 나오고
아래에 다시 시도하려면 엔터키. F1을 눌러 복구 환경 입력. 시작 설정을 보려면 F8. UEFI 펌웨어 설정을 보려면 ESC키를 누르라고 뜨는 중이야.
엔터키, F1키, F8키는 눌러도 다른 화면으로 이동 안 하고 그대로 블루스크린만 반복 중이야.

USB메모리는 지금 노트북에 꽂아놨어.

역시 내가 조건 값을 상세히 많이 줬더니, AI도 자세하게 시나리오를 잘 정리해 준다.

바이오스 셋업에서 부팅 순서를 바꾸고, USB 메모리로 부팅을 한 후 복구 모드로 들어간다. 이 순간 걱정은 AI가 주는 맨 뒤 답변에서 등장한다. 부트로더나 시스템 파일 손상이 심한 경우, 결국 윈도우 클린 설치를 해야 한다고... 다른 PC에 물려서 데이터만 빼는 방법 안내까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제발 그 상황이 아니길 바란다. 이번엔 물을 2컵 떴다. 물 2컵을 바라보며 번갈아 가며 기도한다. 손상은 괜찮으니 복구만 되라. 노트북 뒤판 분해해서 NVMe를 슬롯에서 뽑거나 온보드 SSD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싶지 않다고. 내일 대표님 출근 시간 전에 너가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일단 시동 복구는 실패했다. 아? 설마... 싶다. 기도가 부족했나. 노트북 완전 초기화 전에 아직 시도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고 한다. 그래. 물 뜬 컵이 2개였잖아. 1컵이 아직 남았다. 해보자. 안내해 주는 명령 프롬프트 창으로 들어간다.

bootrec /fixmbr
bootrec /fixboot
bootrec /scanos
bootrec /rebuildbcd

긴장감 터진다. 이 4개가 부드럽게 실행되면 좋겠는데, 4개중 1개에서 에러가 떴다. `bootrec /fixboot`가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괜찮단다. 요즘 UEFI에서 흔한 현상이라고 한다. 부트로더만 다시 심어주면 된다고, 부트로더 재설치를 향해 넘어가라고 안내해 준다.

EFI 파티션을 찾기 위해 실행하라는 명령어를 받는다. 그리고 목록에서 EFI 파티션을 찾는 조건을 받았다. FAT32 이고 크기가 100MB~300MB 정도인 볼륨이 있으면 그게 EFI 파티션이라고 한다. AI가 혼자 너무 진도가 빠르다. 나는 지금 EFI 파티션을 찾기 위한 작업 시작점인 `diskpart`가 아니라, 그것보다 앞인 `bootrec /rebuildbcd`에서 막혔다. 부팅 목록에 설치를 추가한다고 예 눌렀더니, "지정된 경로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안내해 준 시나리오를 벗어났다.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이 상황을 하나하나 넘겨준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은,

"좋아요, 그 에러면 BCD 경로가 꼬여 있어서 rebuildbcd가 못 쓰는 상태라, 아예 새로 심는 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래. 아직 내가 원하는 최소한의 희망 불꽃이 남아있어 보인다. FSD로 운전하면 이런 느낌이겠지. `list volume` 결과를 넘겨주고 확실한 볼륨을 정한 다음, `bcdboot`로 부트 파일을 새로 생성한다.

list volume 했더니,
- 볼륨1 / 복구 / NTFS / 파티션 / 529MB / 정상 / 숨김
- 볼륨2 / / FAT3 /파티션 / 100MB / 정상 / 숨김
- 볼륨3 / / NTFS / 파티션 / 1335MB / 정상 / 숨김
이렇게 셋이 너가 말한 조건에 유사한 볼륨이야. 어느 볼륨으로 할까?

그렇게 흐르고 흘러, 아마도 마지막 명령어인 듯한 메시지를 만난다.

bcdboot C:\Windows /l ko-KR /s V: /f UEFI

됐다. 다른 오류 없이 끝났다. `exit`를 입력하고 재부팅하면 된다고 한다. 자, 이제 퇴로는 없다. 이거 안 되면 어차피 윈도우 재설치다. 윈도우 재설치하려면 데이터 백업을 미리 해야 하고, 그런 작업을 위해선 이 밤의 끝을 잡아야 한다. 내일 일출이 안 뜨게 태양을 막아야 한다. 돼라...돼라...돼라...됐다!

잘 되는 건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부팅 화면이 뜨고, 로그인 화면이 뜨고, 로그인했다. V3는 사라졌고, MS 디펜더 방패 아이콘이 시스템 트레이에서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목표 달성이다.

이렇게까지 빙빙 돌아야 하는 일인가

V3 삭제를 위해 이게 이렇게까지 돌고 돌아야 하는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V3 삭제를 위해 여차하면 OS 초기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게 잘 만든 프로그램일까, 못 만든 프로그램일까? V3 삭제를 위해 이게 이렇게까지 빙빙 돌아야 하는 일인지, 안랩은 이런 지경을 인지하지 않고 있는 건지, 일부러 이렇게 의도하고 놔두는 건지..

백신은 백신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지켜야 하는 머신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자신이 망가지면 머신도 같이 망가트려 버리는 게 모두를 위한 안전일까? 만약 여기에 비트라커까지 켜져 있었더라면, 이게 고쳐지긴 했을까? 기업이나 기관의 관리자나 책임자들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불명확한 기준점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상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 비밀번호를 법원에 공탁 걸어두거나 윈도우 초기화 말곤 답이 없다고 백업 해두지 않은 데이터는 살려줄 방법이 없다고 할 거라는 안내를 미리미리 해야 함을...(분명히 데이터를 살려줄 방법이 있지만, 그 리소스까지 들이기는 너무나도 불편하고 귀찮을 테니 어지간한 직급 이상의 사람이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거란 걸 우린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