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노트] 카누 원두커피 3종: 실키 베이지, 크리미 버건디, 벨베티 블랙

카누 브랜드로 출시한 제품 중, 인스턴트와 캡슐 외 기본 원두도 있다. 사실 있는 줄 모르기도 했고, 관심도 없었다. 핸드드립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이후에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블렌드 이름이 다르다. 카누 바리스타 캡슐과 카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도 서로 겹치는 블렌드 이름이 없더니, 원두도 겹치는 이름이 없다. 다만, 섞어서 쓴 단어는 몇몇 보인다.

카누 원두를 찾다가 알게 된 또 재미난 소식 하나 더 추가하자면, 카누 원두만을 사용하는 바리스타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었단 사실이다. 대회 룰북도 엄청 세세하게 나와있고, 준비하시는 분들 영상도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레시피가 분명 있을텐데, 그건 내가 아직 제대로 안 찾아본 탓인지 쉽게 보이진 않았다.

스페셜티 원두를 주문해서 먹다보면, 유독 로스팅 완료 날짜에 민감해하는 사람들 리뷰를 많이 본다. 그런데 디게싱이란 단계가 분명히 있고, 그건 원두마다 다 다르고 바리스타마다 다르게 제시한다. 아이덴티티랩 대표님 유튜브를 보다보면, 디게싱을 2달 넘게 하는 원두도 있다. 나 역시, 무조건 로스팅 직후라서 최고의 맛을 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디게싱 날짜별로 각각 다른 맛과 향이 날 수도 있다. 오래되서 향미가 소실되는 것과 디게싱으로 가스를 빼는 건 서로 비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건 전문가의 영역이니 나는 그냥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카누 원두는 제조일자에 최근접한 것만 골라서 주문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제조사 노트에 컵노트가 뭔가 한가득 적혀있다. 저게 다 무슨 맛이고 무슨 향인지도 모르겠다. 이런건 그냥 먹어서 느껴봐야 한다. 내 핸드드립 방식이나 해법 찾는 방식도 계속 바뀌고 있어서, 지금 다시 내렸을 때 그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릴 자신은 없다. 다만, 먹던 당시 내가 적당하다 생각했던 값을 기록했다.

실키 베이지, 크리미 버건디, 벨베티 블랙 순서대로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팅이다.

카누 실키 베이지

  • 제조사 노트: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프리미엄 원두로 라이트 로스팅하여 과일류에서 느껴지는 매력적인 산미와 매끄러운 목넘김, 깔끔한 뒷맛이 특징
    • 로스팅 2.5/7, 바디 3/5, 산미 4/5, 클린컵 4.5/5
    • Fruity, Jasmine, Black tea, Vivid, Mellow, Berry, Silky, Clean aftertaste.

클린컵은 뭘까. 커피를 먹다보면 온갖 생소한 표현법을 마주친다. 실키한 맛은 대체 뭘까. 입안에서 미끌거리나? 마를 먹으면 미끌미끌한데 그런건가. 최초에 누가 퍼뜨린건진 모르겠지만, 깔끔한 한국어 표현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혹은 저기 컵노트로 적어둔 맛을 다 찾는 퍼즐 같은 걸까? 그 퍼즐 풀려면 원두 200g은 모자를 것 같은데.

  • 묘인봉 노트: 추천
    • 20g – 뜸 50ml – 1차 100ml – 2차 100ml. 추출시 온도 조절 필요.
    • 딱 정직한 기본. 중후한 맛. 산미가 탁 차고 들어옴. 가벼운 맛은 아님.

카누 크리미 버건디

  • 제조사 노트: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프리미엄 원두로 미디엄 로스팅하여 견과류의 진하고 고소한 풍미와 적정한 산미가 균형을 이루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
    • 로스팅 3.5/7, 바디 3.5/5, 산미 2.5/5, 클린컵 4/5
    • Nutty, Milk chocolate, Plum, Caramel, Rich, Creamy, Well-balanced.

그러고보니, 제조사 설명에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프리미엄 원두’라는 건 다 공통으로 똑같이 적혀있다. 실키 베이지도 사실 가볍진 않았지만, 크리미 버건디는 실키 베이지보단 확실히 무게감 있는 맛이었다. 내 표현에서 무게감 있는 맛이란, 커피 특유의 진한 쓴맛이 쎄진단 의미다.

그리고 가수 200ml를 했단 말은, 추출 완료한 상태에 그냥 맹물을 200ml 더 탔다는 의미다.

  • 묘인봉 노트: 추천
    • 20g – 뜸 50ml – 1차 100ml – 2차 100ml. 추출시 온도 조절 필요.
    • 가수를 200ml했더니 너무 밍밍함. 이것도 딱 기본인데, 실키 베이지에 구수함을 추가한 맛. 뭔가 건포도 느낌도 있음.
    • 분쇄도를 조금 더 가늘게 했더니 가수 200ml로도 괜찮음. 아아 딱 좋음

카누 벨베티 블랙

  • 제조사 노트: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프리미엄 원두로 다크 로스팅하여 묵직한 무게감 속 스모키한 향과 달콤쌉싸름한 풍미, 그리고 벨벳처럼 중후한 목 넘김이 특징
    • 로스팅 6/7, 바디 4/5, 산미 1/5, 클린컵 3.5/5
    • Smoky, Roasted, Cacao, Walnut, Bold

다크 로스팅이다. 그리고 스모키란 단어가 등장했다. 여태 카누 바리스타 캡슐과 카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에서 겪은 바에 따르면, 카누에서 말하는 ‘스모키’는 정말 스모키다. 그리고 벨베티 블랙도 정말 ‘스모키’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핸드드립이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다면, 라떼용으로는 적당했을 것 같기도 하고.

  • 묘인봉 노트: 비추
    • 20g – 350ml. 추출을 계속해도 맛이나 향의 변화가 없음. 그냥 쭉 내려서 가수 없이 먹으면 됨.
    • 다크 그 자체. 카카오 97% 느낌. 스타벅스 느낌. 산미 제로. 일리 인텐소나 보헤미안 블랙펄이 떠오름. 일리 인텐소보다는 그래도 거부감은 덜한 쓴맛. 계속 먹다보니 적응은 됨.
    • 20g-50ml 뜸 – 200ml 추출이 베스트였음.

이제 레시피를 좀 찾아봐야겠다

내가 내리고 찾은 레시피말고, 다른 이들은 핸드드립으로 어떤 레시피를 썼는지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봉투 뒷면에 나온 레시피 가이드는 티 라이크 느낌도 있긴했다. 나는 티 라이크를 지향하진 않았지만, 뭔가 특징을 잡아내는 귀수가 있지 않을까.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만 내리는 영상만 있다보니, 아쉽다.

카누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