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0개 크기’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

축구장 크기는 공인 규격이 있다. 중계 화면에서 보는 가로는 터치라인이라 부르며 105m고, 세로는 골라인이라 부르며 68m다. 그래서 직사각형 넓이로 계산하면, 7140㎡가 된다. 평형으로는 약 2159평이다. 그런데, 다들 축구장 크기로 유추한 면적이 이 기준이 맞을까?

주로 크기, 거리, 면적, 시간, 양 등이 상대적으로 큰 수일 때, 비유해서 떠올리기 편하도록 비교 대상을 선정해 표현한다. 축구장 몇 배, 여의도 면적 몇 배, 지구 둘레 몇바퀴, 서울 부산 왕복 몇 회,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 몇 회 등이 자주 접하는 기준값이다. 종종 일반 가구 또는 단위 지역의 소비 수준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이 비교 수식어에 대해 다들 똑같은 상상을 떠올리는 게 맞을까?

나는 축구장 크기라길래,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전체 면적을 떠올렸다

언젠가 축구장 10개 크기라는 설명을 보면서,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전체 크기를 기준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땐, 운동장에서 대충 공놀이하면서 이 운동장이 공인 규격에 맞는지 아닌지 떠올려 본 적도 없다. 고등학교 땐, 운동장 자체가 누가봐도 작은 풋살장 크기였던터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렇게 2002년 월드컵을 만났고, 내 머릿속 축구장은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축구장으로 각인됐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절묘하게 건물이 원형이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은 하필이면, 축구 전용 경기장도 아니다. 육상 트랙까지 품고 있는 종합 경기장이다. 건물 자체의 크기를 대충 계산해보면 반지름이 150m쯤 된다. 70685.83㎡, 약 21382평이다. 이미 내 머릿속에 있는 축구장인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자체가 표준으로 삼은 축구장 10개 크기인 셈이다. 상암동에 있는 서울월드컵 경기장은 축구 전용이라 좀 더 작은가 싶었으나, 지도로 보면 크기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떠올린 축구장이 이미 10배 커져버렸다. 그래서 단순 해석으로 보자면 ‘축구장 10개 크기’라는 단어로 71400㎡가 아닌, 706858.3㎡를 떠올린 셈이다. 그만큼 큰 면적이라는 설명으로 이해한 건 똑같지만, 유추하는 대략적 크기가 너무 달라지지 않는가?

여의도를 기준으로 삼는 건 떠올리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언제였는진 모르겠다. 여의도를 기준값으로 잡을 땐, 유추하기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의도를 가보지 않더라도, 어디있는지 모르더라도 그래도 여의도는 축구장처럼 떠올리는 면적 자체가 다르진 않다. 그냥 여의도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그게 큰 크기인지 작은 크기인지 모르는게 문제일 뿐이다.

여의도 면적 기준 위치는 A다. / 출처: 국토교통부

여의도를 기준으로 쓸 때는 보통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2011년 지적통계연보 발간하며 정한 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을 사용한다. 2.9㎢이며, 대략 축구장 406개를 합친 크기다. 참고로 이 면적은 한강공원을 뺀 크기이며, 행정구역상 면적과도 매우 차이가 크다. (한강 둔치 포함시 4.5㎢, 행정구역상 면적은 8.4㎢다.) 이후, 국토해양부에서는 2012년 4월에 법적, 행정적 근거가 될 수 있도록 공식 발표를 했다. 변치 않는 기준이 되도록 값을 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식 발표 자체가 잊혀지면 서로 떠올리는 여의도는 다른 크기가 되지 않을까?

숨만 쉬고 모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집

통계학적 기준 명칭은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떠올리는 금액 편차가 너무 큰 설명이다. 현실성을 떠나, 세전/세후도 다르고 개인 편차도 정말 크다. 다만, 통계학적 기준 명칭이 있는 만큼, 개인 납득 여부와 무관히 기준값은 정해져있다. 해석에 함정이 매우 많은 기준값이라 체감 지수와 괴리가 큰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집값조차도 어제 오늘 다르고, 옆집 앞집과도 다르다. 평균이 아니라 중위값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래저래 함정이 너무 많은 표현이다.

그래서 이런 표현을 봤을 땐, 통계(주거실태조사)나 은행 데이터의 ‘중위 가구 소득’과 ‘중위 주택 가격’의 비율(PIR)로 계산한 직관적인 비유일 뿐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바뀌고, 뒤집히고,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단어

햄버거와 국밥

그나마 유명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같이 올리고, 내리더라도 같이 내린다. ‘국밥 한 그릇’보다는 정확하게 가격 수치를 비교할 수 있다. 빅맥 지수를 국제적으로 쓰던 시기도 있었으니, 햄버거는 정말 엄청나고 대단한 기준값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래도 국밥이란 단어가 여태 쌓아온 ‘든든함’이란 이미지는 햄버거가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성비라는 기준이 물가 상승 시기에 맞물리니, 이조차 뒤집히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세월이 흐르며 시절 변화에 맞물리니, 국밥의 ‘든든함’속에 있던 가성비가 지워지고 있다.

레코드와 CD

CD 한장보다 작은 얼굴이란 표현은 쓰는데, 레코드 한판보다 작은 피자라는 표현은 잘 안 썼던 것 같다. 레코드도 CD만큼 상징적인 표준 사이즈가 있음에도, 어느덧 대중에게 각인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버린 탓일까, 피자를 레코드 크기와 비교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탓일까? 뭐가 됐든 레코드 크기 자체를 직관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인구는 확실히 늘었을테다. 똑같은 개념을 CD에도 투영해보자면, CD도 기준으로는 쓸 수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레코드는 12인치, 피자헛 라지는 13인치, 파파존스 라지는 12인치.

63빌딩, 파크원, 롯데월드타워

높은 건물을 표현하는 대명사는 63빌딩, 파크원, 롯데월드타워 중 어느 것이 적합할까? 단순히 가장 높은 건물은 롯데월드타워가 맞다. 하지만 직접 바라본 가장 높은 빌딩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셋 다 못 본 사람도 있을테고, 63빌딩이 마지막인 사람도 있을테고, 파크원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15층 빌딩, 20층 빌딩이라고 말하는게 훨씬 나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대중적 표현과 공통 지식은 시시각각 변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쌓은 누적 경험은 모두가 다르다. 그로 인해 각자 가진 메타인지는 다를 수밖에 없고, 상상속 세상 역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겐 고리타분하고 낡은 설명이라 흥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낯선 설명이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용어가 될 수도 있다. 학계나 정부에서 확실한 기준을 정해서 공표를 해도, 체감 괴리가 큰 용어가 되버리면 안 쓴 것보다 못한 표현이 되버린다.

통용 기준값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김밥천국 김밥이 아니라, 편의점 삼각 김밥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시절이다. 여의도보다 영종도를 다녀간 사람이 더 많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임교원인 대학교수(현재 8.6만명)가, 영업중인 공인중개사(현재 11만명)보다 많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느덧 우리는 ‘당연한’ 기준이 계속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축구장 크기는 변하지 않겠지만, 축구장보다 야구장을 말해야 더 잘 이해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