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토막글이 블로그에도 필요하구나

2026-04-04

글 길이 자체에 특별한 강제를 두진 않았다. 단순히, 쌓인 경험과 욕심 탓일 테다. 블로그라고 하면 적당히 구글독스 기준 1페이지 정도는 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왜 생긴 걸까. 개인 블로그는 그런 형식 자체가 무의미한 자유로운 공간이다. 쓸데없는 압박감을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긴 글은 대충 1000자 이상의 글이라 가정하자.)

단문 경계는 허물어졌다

단문 SNS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제목이 없다는 점이다. 제목을 기준으로 본문 내용을 완성하다 보니, 제목은 엄청난 규정이 된다. 게시판 형태 커뮤니티 서비스는 어떻게든 제목을 넣는다. 반면 타임라인 베이스인 SNS는 제목을 쓰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철학을 표방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무의미한 허들이 된 트위터 140자 제한

트위터는 X로 바뀌었다. 파랑새 아이콘도 흔적만 남았고, 하드 유저에게는 140자 제한도 무의미하다. 글 타래 형식이나 외부 게시판 링크를 붙인다. 확실히 2010년에 썼던 트위터 패턴보다 매우 자유롭다.

트위터에서 140자라는 글자수 세는 법이 Byte 단위가 아닌 건 정말 신선했었다.

종종 들어가면, 글 타래로 긴 글을 페이지 넘버링까지 하면서 쓰는 유저를 쉽게 본다. 그 유저에겐 이미 공유를 위한 기본 토대가 트위터에 잘 쌓여 있으니, 글 길이는 고려 요소가 아닐 것이다. 길이 제한이 있든 없든 그냥 전파만 잘 되면 되는 그런 곳... 거기가 내가 느끼는 지금의 X, 트위터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와 비슷한 시기에 쓰기 시작했던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은 140자 제한 같은 글자 수 제한이 있진 않았다. 그냥 쓰는 사람들이 긴 글을 쓰지 않을 뿐이다. 아!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긴 글을 주로 쓰는 사람들에게 몇몇 특징이 있다. 전문성을 어필하며 평판을 쌓는 패턴에 가장 많은 모수가 몰려있다. 이들에게도 본인의 개인 사이트가 있는 것이 더 자유로울 테지만, 결국 공유 속도와 범위의 편의는 SNS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물며, 최근엔 개인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면, 노출 자체가 잘 안된다고도 하니... 그래서 "원문 링크는 댓글에"라는 멘트도 은근 자주 본다.

갈수록 페이스북 기본 피드 노출 글이 들쭉날쭉해지는 중이다.

주로 친목을 다지는 용도가 큰 사람들은 단문이 많다. 혹은 이미지나 사진이 많다. 글이 길지 않다. 글의 길이가 친목에 많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탓일까?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의 글은 길이와 무관하게 관심 자체를 받지 못한다. 글이 아니라, '누가' 쓴 글이냐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위키피디아 토막글, 깃허브엔 Gist

집단지성의 표본으로 불리는 위키피디아에는 토막글이라는 형식이 있다. 소스코드 레파지토리로 대표되는 깃허브에도 토막 코드를 위해 Gist라는 서브 기능이 붙어있다. 형식을 모두 갖춰야만 문서 1개가 될 수 있다는 허들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라 봐야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긴 글을 표방했다고 할 순 없다. 다만, 갖춰야 하는 형식을 모두 채우면 주로 긴 글이 된다. 소스코드도 간단한 토막 코드였을 땐 파일 한 개로도 충분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패키지 형태를 갖춰가면 레파지토리라는 형식을 갖추게 된다.

최종 형태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최초 시작 형태인 조각 토막을 벗어나지 못하면 버려진다. 버려짐을 최소화할 방법이 필요하다.

나도 참 오래 SNS에 글을 썼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어딘가에 내 조각 글이 흩어져 있다. 가끔 한 곳으로 모아볼까 싶기도 했으나, 백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결국 백업하기 가장 쉬웠던 도구는 블로그뿐이었다. 분명 토막 난 조각 글이 훨씬 더 많은데, 남은 건 완성본 느낌만 있는 블로그뿐이라니... 앞으로도 토막은 점점 쌓일 텐데, 계속 그렇게 소모만 하기는 뭔가 아쉽다.

그런데 특별한 형식 없이 모바일에서도 수시로 쓸 수 있다는 편의가 너무 강하다. 공유 범위와 전파는 그저 부차적인 효과일 뿐, 전철을 타고 가는 중에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토막을 바로바로 포스팅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 강력하다.

블로그 서비스 중에서도 모바일UI로 글 쓰는 기능은 제공한다. 내가 정한 형식에 맞춰 쓰기가 불편할 뿐이다. 내가 정한 형식이 내가 만든 허들이 됐단 의미다.

긴 글은 긴 글로, 토막글은 토막글로

워드프레스에서 뷰 노출 형태만 제어하면 토막글만 모아두는 카테고리를 따로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제대로 리서치를 하거나 사례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정렬과 노출 방법의 문제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이건 어느 AI와 논의를 해볼까.